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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김민식
2024-12-28 오전 1:47:30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 반드시 먼저
그 심지(心志)를 괴롭히고 그 근골(筋骨)을 고생시키고,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육체를 궁핍케 하고, 그의 하는 일을 다 어지럽게끔 한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발표일이었던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20~30대 5급 사무관 5명이 합격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로스쿨 10여 곳 현역가왕2 투표 합격자 발표는 2월 말까지 이어진다. 공무원들은 “매년 로스쿨 합격자 발표 시즌마다 세종청사가 휘청거린다”며 “정부 중앙 부처 사무관직이 ‘명예로운 경력’에서 ‘로스쿨 스펙’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기재부에 배치된 초임 사무관 25명 중 5명이 2년 만에 공직을 떠났다. 로스쿨이나 유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10명 안팎 사무관이 조만간 또 기재부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20대 사무관은 “불필요한 야근이 많고 구시대적 의전 등 경직된 조직 문화를 견딜 수 없다”며 “연봉도 변호사나 대기업이 훨씬 높다”고 했다. 초임 사무관들은 기재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정부 중앙 부처 경력을 ‘평생 공직’으로 여기기보다 ‘몸값’ 상승을 위한 ‘스펙’으로 여기는 경향도 강하다. 로스쿨 응시에 필요한 LEET(법학 적성 시험)와 과거 행정고시로 불렸던 5급 공무원 채용 시험 PSAT(공직 적격성 평가) 유형이 유사한 것도 현역가왕2 투표방법 사무관들의 ‘로스쿨 엑소더스’의 한 요인이다. 사무관들 사이에선 “일과 LEET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 “딱히 LEET 공부를 안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스쿨 준비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이 세종청사뿐 아니라 서울·과천청사의 2030 사무관들 사이에서 파다하다고 한다. “입사 후 바로 육아휴직을 낸 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이른바 ‘꿀팁’도 전수되고 있다. 2020년 5급 시험에 수석 합격한 20대 사무관이 지난 1월 로스쿨 합격 후 기재부를 그만둔 일은 ‘세종 쇼크’라고 불릴 만큼 파급력이 컸다. 합격 수기에 “국민에게 봉사하는 참된 공직자가 되겠다”고 썼던 이 사무관은 불과 3년 만에 공직을 그만뒀다. 고위 공무원들마저 “수석이 이렇게 허무하게 나갈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기재부·산업부 등 주요 부처 사무관 경력은 로스쿨 입시에 상당한 가산점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에 입사해 금융·무역 관련 사건이나 정부 규제·국회 입법 대응 등에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런 탓에 ‘사무관 출신 변호사’는 시장에서 미스터트롯3 투표 몸값도 높다. 과거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은 판검사에 버금가는 명예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입법부 권력이 막강해지면서 공무원으로서 보람·긍지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정감사 때마다 일부 국회 보좌관의 ‘갑질’에 가까운 자료 요구에 “내가 국회 노비나 하려고 이 시험을 봤느냐”며 회의감을 토로하는 공무원이 상당수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20년차 공무원은 “국회에서 전화 자료 요구 제출뿐 아니라 아예 여의도로 오라는 소집령도 잦다”며 “서울~세종을 거의 매일 왕복하면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다”라고 했다. 2030 사무관들은 “하루 수백 통씩 국회 보좌진, 민원인 전화에 시달리는 게 인간의 삶이냐” “세종에 1초도 머무르기 싫다” 같은 말도 한다. 60대가 훌쩍 넘은 총리·부총리·장관이 국회에 불려가 매일같이 “정신 차리라” 호통을 듣는 모습에 자괴감을 미스터트롯3 투표 느끼기도 한다. 서울과 떨어진 세종 생활을 강제당하는 점 역시 사기 저하 요인이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를 보면 임용 후 5년 미만 신규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6500명에서 지난해 1만3566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퇴직 공무원 중 신규 공무원 퇴직자의 비율은 17.1%에서 23.7%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퇴직 공무원 중 10년 차 이하 비율은 31.8%였는데 이는 2013년 26.2%에서 상승한 수치다. 올해 5급 공무원 시험 응시율과 경쟁률은 하락 추세지만, 로스쿨 시험 경쟁률은 상승하고 있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2011년 93.3대1에서 올해 21.8대1로 급감했다. 세종청사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각 국·실에서 ‘기둥’ 역할을 하던 10년 차 안팎 후배들이 나가고 있다”며 “신참들을 교육하고 ‘롤 모델’이 돼야 할 허리가 사라지니 정부 조직의 연속성이 도미노처럼 붕괴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우수한 공무원 조직이 무너진다면 국력의 쇠락은 명약관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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