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결정적 하자가 있는 종합판정표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시련
2018-08-02 오전 11:45:42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 시각장애인들은 기대보다는 우려 여론이 높다. 이를 기우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내년 7월부터 본격 장애등급제 폐지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불과 1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서비스를 판정하는 종합판정표가 시각장애인에게 급여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점과 장애등급을 대신할 장애인 일상생활 수행능력, 욕구, 필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인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운영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 참여가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의 기존 급여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대한 종합판정표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판정표 개발 및 적용과정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했지만 우려는 결과로 나타났으며, 종합조사도구 모의적용을 위한 3차례 시범사업에서 타 장애유형의 평균적 급여는 증가하였고, 시각장애만 9.12 급여시간이 감소한 것이다.
현재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계획은 내년 7월 우선적으로 활동지원, 보조기기 등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에 등급을 없애고 종합판정표를 적용한다. 종합판정표는 올해 중 완성된다. 이후 2020년 이동지원, 2022년 소득‧고용지원 서비스 등 단계적으로 종합판정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새로 도입되는 종합조사에서도 장애정도를 충분히 고려하게 되며 일상생활수행능력 등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혀 앞뒤 맞지 않는 거짓말로 적지않는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의 해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하나도 해명되지 않았다. 비겁하게 숨기고 또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려 하지 말고 솔직하게 사과하고,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장애등급제 하에서 작동했던 동일 등급=동일 욕구=동일 서비스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정도, 근로능력 정도,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생활환경, 사회적 관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실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종합판정표 개발과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은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가능케 하기 위한 핵심적인 선결과제이다.
그러나 이처럼 장애등급제 폐지를 두고 ‘복지서비스 혜택이 줄어든다’는 의견이 많아진다면 시각장애인들의 알권리 보호와 개개인별로 꼭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한 민관협의체 운영,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방안과 논의 진행상황을 시각장애인 앞에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이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새로 도입되는 종합판정표로 밀어붙인다면 시각장애인적 저항이 폭발할 것이라 본다. 50만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기존에 받았던 직접 급여를 포함하여 감면·할인과 같은 간접급여를 포함한 전체 총 급여량 감소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시각장애인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시각장애인이 들었던 촛불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이에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2019년 7월부터 적용될 종합판정표가 기존에 받았던 급여량을 얼마나 보존해줄 수 있는 지와 관련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보건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의 기존 급여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대한 종합판정표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라!
둘째, 보건복지부는 시각장애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종합조사도구 등 등급제 폐지 세부추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운영에서 시각장애인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라!
셋째,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종합판정표의 단계적 도입을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여 차별없는 제도의 시행이 이루어지도록 즉각 조치하라!
2018년 8월 2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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